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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청취자 사연을 소개할 때 가장 자주 나오는 내용이

부모가 자식 사랑하는 마음이다.

놀이방에 다니는 딸의 귀여움에서부터 초등학생 아들의 반짝이는 애정표현

늦게까지 공부하면서도 활기를 잃지 않는 중.고.대학생 자녀들의 마음까지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모두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수필 같은 부모님의 사랑표현이다.


그 중에서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제목이 마음 한가운데에 자리했다.

요즘은 학생들이 집에서만 공부하는 때가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지만

기다림이 너무 길고 힘들다는 것이다.

초.중.고 구분이 없는 모양이다.


고등학생 딸을 학교에 보낸 뒤에 가끔 글을 써 올리는 한 어머니의 마음을

읽어본다. 중학교 다닐 때는 그래도 딸 얼굴을 마주 보며 얘기도 하고

간식을 챙겨주며 마음 속에 있는 말까지 했는데 지금은 그럴 겨를도 없단다.

기다림만이 함께 한단다.

그것도 집에서가 아니고 밖에서 시계를 보며 말이다.

만남의 장소는 버스정류장이나 집 앞의  학원승합차가 서는 곳

시간은 밤 10시에서 다음날 새벽 1시

갖고 있는 물건은 우산, 외투, 휴대전화 등이다.


겨우 만나 주고 받는 말이 “저녁은 먹었니, 아픈 데는 없니, 힘들지는 않았니

기분은 좋으니” 등 딸의 기분을 살리는 말들이란다.

여러 마디를 건넨 뒤에 “엄마도 힘들지, 집에서 기다리지 비 오는데 왜 나왔어”

이 한 마디만 들어도 마음이 놓이며 피곤함이 없어진단다.

비록 자주 받는 편지 내용을 잠깐 소개했지만 공감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이제 아들이 고1, 딸이 중 1이다.

밤에 길을 가다가 추위에 떨면서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 서 있거나

전화기를 손에 들고 수시로 문자를 확인하는 어른들을 보며

“ 뭘 저렇게 과잉보호를 해, 어련히 알아서 집에 오려고” 하면서

약간은 곁눈으로 보고 지나갔는데 지금은 나도 그 속에 있으니 우습지 않은가? 


출근을 일찍 하여 아들.딸이 학교에 가는 것을 보지 못한다.

퇴근해서 볼 수도 있지만 대개는 밤 9시가 넘어야 만난다.

딸이 먼저고 아들이 다음이다.

아들은 밤 10시가 지나야 가까이에서 얼굴을 본다.

다시 학원에 가는 날은 그것도 잠시 뿐이다.

딸도 1주일에 몇 번은 늦게 학원에 간다.

학원의 승합차가 있으면 시간만 맞추면 되지만 차가 없는 경우에는

직접 태워다 주고 끝나면 데리고 와야 한다.


이런 시간 변화에 맞게 운동하는 시간도 조정했다.

급한 일이 없을 때는 날마다 무심천으로 운동하러 나간다.

자전거도로를 7-8Km 걷는다.

보통 밤 8시에 나가 9시 30분쯤 돌아오는데

얼마 전부터 9시에 나가서 10시 30분 쯤에 돌아온다.

딸이 학원에서 공부하고 돌아오는 시간에 맞춘 것이다.


학원버스에서 내릴 때 기다리고 있으니 딸도 좋아한다.

이제 버스기사님도 친해졌다.

가족이 안심하고, 딸의 얼굴을 조금이나마 빨리 볼 수 있고, 
아빠 노릇도 잘 한 것같으니 나 또한 기쁘다.
앞으로 밤늦게 도로가에 서 있는 학부모님들을 보면

꼭 인사를 하고 지나가련다.

따뜻한 마음으로 말이다. 왜, 나도 받을지 모르니까?


오늘도 어머니들의 편지를 읽으며 아들, 딸 생각을 한다.

오늘은 몇 시에 만나 몇 분이나 얘기할까? 

출근하며 방문을 슬며시 열고 얼굴이나 보고 나올지도 모른다.

앞으로 몇 년을 더 해야 하나.

맑은 밤 하늘에 별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