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MBC는 그렇게 방송거리가 없습니까”
“연예인의 사생활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그런 거 자꾸 방송하면 월급을 더 받습니까”
“왜 그런 얘기를 밥상 앞에서 반복해 들어야 합니까”
지난 11월 초에 자주 가는 미용실에서 머리 손질을 할 때
여러 손님에게서 들은 말 그대로다.
한 분이 얘기를 꺼내자 옆에 있던 여자 손님이 이어 받고
뒤에 들어오신 남자 손님까지도 목소리를 높이신다.
MBC에 근무하는 아나운서라는 것을 아시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야만 했다.
사실 나 또한 공감하는 내용이었기에 평소에 잘 했던
변명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날의 주제는 어느 탤런트 부부의 이혼이었다.
10월 초부터 전해진 한 연예인 부부의 파경소식에서 시작된 얘기가
11월 중순까지도 TV프로그램에 계속 나오니
그런 불만의 소리를 들을만 했다.
아마 처음 이 내용을 들었을 때는 연예계 잉꼬부부로 소문이 났고
얼마 전까지도 방송에 나와 애정을 과시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았고
많은 분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면서
다시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아닌 것 같다.
더 이상 알고 싶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질구레한 사생활 얘기까지 파헤치니 짜증난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아침 시간에 여러 프로그램에서 감춰야할 사생활 얘기까지 다루고 있으니 그런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사례가 이번만이 아니다.
라디오 ‘여성시대’를 진행한 지 4년이 됐다.
하루에도 여성출연자를 여러 분 만나다 보니
그분들이 무엇을 알고 싶어 하고, 무슨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
또 누구를 만나고 싶어 하는 지를 잘 안다.
정말 보고 싶고 듣기를 원하는 프로그램은
어려운 때 서로 사랑하고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웃들의 꾸밈 없는 얘기와
온갖 고난을 이겨 내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이웃사촌들의 정겨운 얘기들이다.
또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옛 생각을 하며 떠올리는 추억도
청취자들은 무척 즐긴다.
소풍, 운동회, 데이트, 동호회 모임, 동창회, 친구 결혼식 , 김장, 잔치 등
이야기 보따리 속에 들어 있는 상품들도 많다.
그것들의 뚜껑을 열 때 나오는 잊지 못할 추억 속의 주인공들이
바로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즉 다른 사람들만이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물론 늘 듣기 좋고 생활에 도움이 되는 사연이나 정보만
전할 수 없는 것이 방송이다.
그 기능도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한 쪽만 강조할 수도 없다.
듣기 좋은 말도 자꾸 들으면 싫증난다.
그 과정에서 뜻이 왜곡될 수도 있다.
신문이나 방송, 잡지, 인터넷 등도 언제나 경쟁한다.
거기서 이기는 기본이 새로운 것을 흥미롭게 전하는 것이라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주변에서 자주 보는 연예인들의 결혼소식이나 신변잡기도
흥미 수준에서만 전했으면 한다.
왜 인기인들의 연애나 결혼, 이혼 소식이 중요한 뉴스가 되는지
왜 그것을 자주 봐야 되는지 시청자들은 잘 알지 못한다.
그날 머리를 자르고 손질하고 나오는 기분은
주위를 뿌옇게 덮은 안개와 같았다.
방송의 어려움을 알거같아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