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초에 MBC 아나운서실에서 보낸 책 한 권을 받았다.

대한민국 대표 아나운서 차인태의 삶을 정리해 역은 책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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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대학을 졸업한 뒤에 MBC에 아나운서로 입사해 방송현장을 누빈 에피소드와 대학강단에서 보낸 인생 스토리 그리고 지인들의 소중한 추억을 담고 있다.


아나운서 32년, 17년 2개월 <장학퀴즈 진행> 등 늘 꼬리표가 붙어 다니는
아나운서 대선배님!


차인태 아나운서를 직접 뵙고 가르침을 받은 것은 1983년 10월부터였다.

아나운서 시험에 합격하여 청주MBC에 근무하기 전에 실시한 3달 동안의

합동교육에서다.
여의도 본사 아나운서실로 출근하여 퇴근할 때까지 일정에 따라 교육을 받았다.

아나운서 기본, 콜사인, 뉴스, MC, DJ, 스포츠캐스터 등 빡빡한 일정이었다.
이론을 배운 뒤에 선배 아나운서들의 방송현장에서 교육을 받고

마지막으로 보고서를 썼다.

이때 나는 ‘차안태의 출발 새아침’을 집중 모니터하여 발표하곤 했다.


2월 말까지 합동 연수교육을 마친 뒤 청주에서 근무하며 여러 방송에

투입되었다. 

전국 계열사를 연결하는 ‘출발 새아침’의 리포터를 맡는 행운도 잡았다.

교육을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투입되고

그것도 전국으로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리포터가 되니 정말 기뻤다.


물론 이때는 작가가 따로 없어서 촬영을 한 뒤에 편집본이 나오면

직접 글을 써서 방송을 했기에  지금보다는 훨씬 바쁘고 준비하는 시간이 길었다.

현장 취재.촬영, 새벽 편집과 글쓰기, 연습과 방송이 이어져

방송시간 4-5시간 전에 모든 작업이 끝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매거진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모금방송, 프로야구 하이라이트에

투입되면서 선배님으로부터 칭찬이 아닌 질책을 자주 듣게 되었다.

그때 여러 번 말씀한 것이

“말이 너무 빨라,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연습을 많이 해서 제대로
방송해라 ” 이 지적이었다. 눈물도 여러 번 흘렸다.


몇 년이 지나고 다시 대선배님을 직접 뵙고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88서울 올림픽에 참여하는 캐스터의 장기 교육이 계획돼 있었다.

물론 기꺼이 참여했다.

수영 종목을 하게 돼 정기적으로 서울 잠실 수영장을 찾아 실황 녹음을

하고 평가를 받는 과정으로 1년 정도 진행 됐다.

이 현장 교육에서도 격려의 소리는 거의 듣지 못했다.


서울 올림픽이 끝나고서도 정기적인 교육과 회의가 있어

1년에 서너 번은 만나 뵐 수가 있었다.

이때야 비로소 그렇게도 바랐던 격려의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회의가 끝나면 늘 회식을 했다.

늘 반가운 표정과 따뜻한 말씀으로 힘을 주셨다.

시간이 지나면 슬그머니 자리를 뜨실 때도 있었는데

늘 먼저 계산을 하고 가셨다.


이런 영광된 자리는 세월이 가며 뜸해졌다.

본사의 임원으로 일 하시고 계열사 사장님으로 방송사를 이끄셔서

늘 바쁘셨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시는데도 찾아뵙지를 못하고 있다.


단숨에 책을 읽어 가는 동안 남기신 말씀이 마음속에 내려앉는다.

“내게는 아직 꿈이 있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는 것이다.

뒤에 오는 후배들에게 뒷모습이 초라한 늙은이가 아니라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았던 인생의 선배로서 한 줌의 열정을 안겨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세월은 얼굴에 주름을 만들지만 열정 없는 삶은 영혼에 주름을 만듭니다.

나이가 들어 늙는 것이 아니라 꿈의 결핍으로 늙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