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에 한 책을 읽다가

‘나이 드는 것이 좋은 이유  5 가지’를 알게 되었다.


1. 내 분수를 명확하게 알게 된다.

2. 우선 순위를 알고 안식을 찾게 된다.

3. 세상에는 많은 길이 있다.

4.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5. 새로운 인생이 남아 있다.


책을 읽은 것에 만족하지 않고

방송을 준비할 때 자주 떠올리고 싶어서

업무수첩에 바로 적어 놓았다.

하지만 그  5가지를 얻기까지 잃는 것도 있다는 것을

실감하며 살아간다.


‘나이가 듦에 따라 잃게 되는 것’

그렇게 표현하고 싶지는 않지만 분명히 몇 가지가 있다.

그 속에는 건강도 들어 있다.

자신이 아무리 아니라고 부정해도 방송에서 나타난다.


IMG_1778-돋보기.jpg 

아침 일찍 시작된 오전 방송을 끝내고

정오 뉴스를 한 뒤에 잠시 쉬었다가

다시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다음 방송을 준비한다.

이때 자신도 모르게 인공눈물을 넣기도 하고

작은 글씨가 보이지 않아서 눈을 비빈다.

그래도 희미하면 돋보기를 쓴다.

시력이 그렇게 떨어진 것도 아닌데도 그렇게 변했다.

몇 년 전까지도  양쪽 시력이 각각 1.5. 1.2였다.

안과에 가 봐도 별 수가 없단다.

“노안이에요” 이 말로 끝낸다.


책상 앞에 앉아 거울을 보며 인공눈물을 넣고

돋보기를 가끔 쓰면 후배들이 그냥 지나가질 않는다.

“ 좀 쉬며 하세요”, “ 선배도 돋보기를 쓰세요”

“언제부터 그렇게 하세요”


한 때는 인정하지 않으려고

“ 아니야, 갑자기 눈이 아파서 그래”

“ 불빛이 어두워서 그래”

바로 이런 말로 부정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인정하고 보이려 한다.


또 있다.

심야 방송을 한 뒤에 나타나는 무기력이다.

가끔 심야에 토론 방송을 하면 보통 새벽 1-2시에 집에 가는데

다음날 오전 7시쯤 출근해야 되니까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나오게 된다.

그래도 40대 중반까지는 밤을 새워 방송을 하다시피 해도

별로 힘든 것을  모르고 지났다.

그러나 지금은 눈이 충혈 되고 , 목소리가 변하고, 머리가 아프다.

얼굴에서도 종일 피로가 느껴진다.

하루가 지나도 풀리지 않을 때도 있다.


중계방송을 해도 그렇다.

1-2시간이야 문제가 없지만

3시간 이상 방송을 했을 때는 바로 한계를 느낀다.

4시간 이상 야구 중계방송을 하고 바로 들어와서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힘이 남았던 때와는 큰 차이가 있다.

지금은 이어서 두 경기를 중계하지는 못할 것 같다.


뉴스를 할 때도 세월을 느낀다.

라디오 뉴스를 갖고 뉴스 룸에 가면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도

원고가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가 있다.


TV 뉴스에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

텔레비전 뉴스는 프롬프터를 보며 한다.

최소한 각 기사의 처음은 앞 화면에 보이는 원고를 읽어야 하는데

비교적 큰 글자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을 때가 생겨

다른 곳을 한 번 본 뒤에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물론 표는 내지 않는다.


이렇듯 세월이 가며

방송할 때 신경 써야 되는 것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끝까지 티를 내지 않고 가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다.

세월은 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