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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게 직업인 아나운서도 말하다가 지칠 때가 있다.

휴식도 거의 없이 매체를 바꿔가며  방송을 계속할 때다.

항상 그런 거는 아니지만 갑자기 결원이 생겨서 진행자가 부족할 때나

후배들이 휴가를 가서  방송을 대신하는 경우다.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달이 될 수도 있다.


방송은 기쁘고 편안하고 성실하게 하는 것이 철칙이지만

사람이다 보니 조금을 벗어날 때가 있다.

방송매체나 프로그램 성격이 그 짐 속에 들어간다.


라디오 표준FM에서 음악FM으로

다시 텔레비전 프로그램 진행으로 바뀌면

의상, 목소리, 표정까지도 가끔은 변해야 한다.

그 일부가 마음의 부담으로 남아서 쉬기를 강요한다.


어떻게  휴식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까?

사무실 의자 등받이에 몸을 맡기고 잠시 눈을 감기도 하고

밖을 보며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기도 한다.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며 하늘을 보기도 한다.


그래도 가장 편안한 휴식처는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내 차 안이다.

잠시 다리를 뻗고 앉아 음악을 들으면 나만의 휴게실이 된다.

차 안은 계절과 시간에 따라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쉼터다.

눈, 비, 바람, 구름, 해  모두가  운치를 더해주는 벗이 된다.


비를 맞으며 서 있는 차 한 대!

그 속에 앉아 있는 한 사람!

서로를 당기는 뭔가가 분명히 있다.


‘차창에 흘러내리는 빗물을 보며, 음악을 듣는다,’

영화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왠지 낭만이 흐르지 않는가?

10분만 있어도 피로가 확 풀린다.


다시 손목시계에서 지정시간을 알린다.

호출신호다.

무한정 쉴 수 가 없으니 꼭 시간을 정해 놓는다.

음악도 거의 끝나간다.

이렇게 잠깐이라도 쉰 뒤에 일자리로 돌아오면 거짓말처럼 힘이 또 솟는다.

그 활력 속에는 목소리, 표정, 감정을 되돌려 놓는 영양분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