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를 떠난 뒤 4달만에 후배들을 만났다.

파업 중이라 힘들고 경황이 없을 텐데 그래도 선배를 생각해 저녁을 먹잔다.

한 조개구이집에서 만났다.

이영락 아나운서가 가장 먼저 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식탁 앞의 의자에는 가방과 두루마리 종이가 놓여 있다.

신비는 나중에 풀겠단다.

 

시간에 맞춰 후배들이 온다.

이병학 기자, 김우림 PD, 조혜선 아나운서, 조상진 아나운서

모두 6명이 자리에 앉았다.

영락 아나운서가 직접 만든 1년 지난 하우스맥주가 분위기를 돋우자

옛 얘기가 퍼진다.

보따리가 풀린다.

빨간색 리본을 풀으니 대단한 작품이 나온다.

후배들이 편지를 써서 만든 편지판이다.

국장님 국장님, 우리 국장님, 제목인데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 높임말이다.

대개 선배님으로 통하니까 말이다.

집에 와서 바로 코팅했다.

장식한 후배들에게 미안하긴 했지만 오래 간직하기 위해서다.

 

다음 보따리는 USB다.

라디오 여성시대를 마지막으로 생방송하던 날 이영락 아나운서가 들락날락 하며 전문 사진기로 찍은 것을

편집하고 자막까지 넣어서 선물로 준비한 것이다.

잠시 스마트폰으로 보니 옛 생각이 난다. 그 방송실이 그려진다.

식당의 대형 텔레비전으로 공개할 계획이었는데 그 기능이 없단다.

 

즐거워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를 정도였지만  다음에 더 많은 후배와 등산하기로 약속하고

 밖에 나와 차 한 잔을  마셨다.

무심천 벚꽃이 무대를 빛내준다.

 

나는 행복한 선배다.

자랑스러운 후배들이 그렇게 만들어 준다.

깨고 싶지 않다.

후배들아 고맙고 또 고맙다.

파업이 결실이 있을 때 소주 한 잔 기울이자고나

알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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